맛집, 먹을거리 들

[스크랩] 금강산을 주름잡는 3대 냉면순례

한주랑 2015. 2. 20. 13:01

 

 

 

민족적 풍미가 그윽한 평양냉면

 

 

 

 

  

△ 평양냉면을 상징하는 옥류관의 냉면

 

 

 

 

 

 

 

△ 금강산 만물상을 오르면서....

 

 

극히 제한적인 지역이었지만 우리가 자유롭게 드나들었던 금강산길이 막힌지도 벌써 7년째가 되어가고 있다. 금방 다시 열릴 줄 알았던 금강산관광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금강산은 볼거리 먹을거리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지만 내 추억은 음식에 꽂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장전항의 광어는 빨아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고소한 흑돼지고기는 또 어떻고. 그러나 금강산의 별미는 뭐니뭐니 해도 ‘랭면’이다. 금강산을 배경으로 고상한 민족적 풍미가 그득한 냉면 한 그릇을 비우는 풍류는 신선이 따로 없다. 

 

명절을 맞이하여 실향민에게는 더욱 간절하게 다가오는 냉면. 금강산 온정각 일대를 주름잡는 금강원, 목란관, 옥류관의 냉면을 소개한다.

 

 

먼저 냉면에 대해 알아보자. 냉면이라 하면 국수에 고기장국이나 동치미국물을 붇고 우에 꾸미로 양념이나 고기, 채썬 달걀지짐등을 놓는 음식이다. 대표적인 냉면으로는 ‘평양냉면’과 ‘진주냉면’을 꼽는다. 우리가 냉면이라 부르는 ‘함흥냉면’은  ‘회국수’라 일컫는 게 옳다. 서울지역의 냉면명가는 모두 평양냉면이라 부르는데 이 역시 엄격한 의미에서는 잘못된 것이다. 냉면 가업을 일군 1세대들은 대부분 이북을 고향으로 두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모두 평양을 고향으로 두지는 않았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평양냉면으로 부르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양념은 함흥냉면, 국물은 평양냉면이라 하지만 냉면은 지역적 특성이 있는 음식이다. 때문에 함경도가 고향이었다면 이건 평양냉면이 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는 수입산 홍어를 사용하면서 흑산도나 목포를 상호로 쓰는 것과 무에 다르겠는가.

 

 

실제 냉면형태를 보아도 문헌에 나오는 평양냉면 원형과는 많이 차이난다. 그러나 현세에 와서 국물메밀국수는 모두 평양냉면이라는 통념이 자리 잡고 있으니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너도나도 평양냉면을 외칠까? 이유는 간단하다. 여느 지역의 냉면보다 평양지역의 냉면이 수작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은 놔두고 왜 평양냉면이 맛있는지 지금부터 고찰에 들어 가보자.

 

 

 

1. 금강원의 감자농마국수

 

 

 

 

△ 금강산호텔 인근에 있는 석식전문식당 금강원에서는 조선코스요리와 단고기를 맛볼 수 있다

 

 

금강원은 금강산호텔 아래에 금강송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북측 최고급 석식전문식당이다.

 

 

금강원의 주 메뉴는 조선코스요리와 단고기이다. 내가 받은 상은 조선코스요리이다. 조선코스요리라고 해서 사실 대단한 건 아니다. 흑돼지구이와 산채나물, 섭죽(자연산 홍합죽),꿩만두, 가자미튀기, 랭면으로 이어지는 게 전부이다. 요리의 화려함만을 좇는다면 소박 할 수도 있겠지만, 식재를 들여다보는 나의 안목에는 넘치는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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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돼지고기

 

 

 

 

 

 

 

 

△ 털은 물론이고 껍데기까지 흑색이다

 

 

 

코스요리의 메인이랄 수 있는 흑돼지구이는 경탄 그 자체였다. 털만 까만 게 아니라 껍데기까지 흑색을 띄었다. 불판위에 놓으면 오징어가 불 위에서 춤추듯 오므라들었다. 육질의 쫄깃함과 비계의 고소함은 탁월했다.

 

 

 

 

 

 

 

 

 

 

상추나 깻잎에 고기쌈을 하는 우리와 달리 이곳에선 배추쌈을 한다. 인근 온정리 밭에서 재배한 배추는 달면서 고소한 풍미가 으뜸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 맛봤던 재래종 배추의 맛 그대로였다.

 

 

 

 

 

△ 가자미튀기

 

 

 

 

 

 

 

△ 이북식 배추김치, 오징어가 들어간 게 특이하다

 

 

 

 

 

△ 꿩만두

 

 

 

 

 

△ 삼색나물

 

 

 

가자미튀기, 오징어를 넣고 담근 이북식 배추김치, 꿩만두, 산채나물은 한결같이 담백했다. 양념을 절재하여 소재의 특성을 살린 요리법은, 무절재한 남측의 요리가 무엇을 반성하여야하는지를 보여주는 듯하였다. 마지막코스는 냉면이다. 금강산의 3대 냉면중 첫번째 순례이다.

 

 

 

 

△ 금강원의 랭면, 일명 '감자농마국수'라 불리운다 

 

 

 

 

 

△ 신선한 국수오리에 시원하고 깔끔한 육수, 천연의 맛이란 이런 것일까

 

 

 

 

 

 

 

 

 

△ 감자농마국수

 

 

 

일명 ‘감자농마(녹말)국수’라 불리는 데에서 보듯, 100% 감자녹말국수이다. 녹말국수라고 해서 질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메밀국수 못지않게 끊는데 무리가 없다. 맛 또한 신선하며 깨끗한 편이다. 육수도 꿩고기만을 사용해 맛이 시원하고 깔끔하다. 양념간장이 육수에 포함되어 있는 것 또한 특색이다. 농마국수는 북에서도 인기인데,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시 맛보고 싶다...."

 

 

 


 

 

2. 금강산 구룡계곡 입구에 있는 목란관 냉면

 

 

 

일찍이 평양냉면을 최고라고 일컬었다. 그 명성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금강산냉면도 있다. 평양냉면은 메밀이 주성분이라면 금강산냉면은 메밀과 감자녹말을 반반씩 차지한다. 따라서 평양냉면처럼 무르지도 녹말이 대부분인 함흥냉면처럼 질기지도 않다. 육수에는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사용한다.

 

 

 

 

△목란관

 

 

금강산 구룡계곡 입구에 있는 목란관. 구룡연 절경을 감상하고 나서 맛보는 냉면은, 허기까지 더해져 그 맛이 기똥차다고 말할 수밖에. 맛도 맛이지만 봉사원들의 서비스 태도에도 큰 감명을 받았다. 마치 잃어버린 우리문화를 다시 되찾은 기분이랄까.

 

 

남측의 서비스는 이미 상업화 될대로 되어, 손님중심이 아닌 업소중심으로 바뀐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이곳은 아직도 옛스럽다. 구룡계곡 입구에 있는 식당 특성상 남측관광객들이 일시에 들어오지만 봉사원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자리가 없으면 문을 닫고 밖에서 대기를 시키고 안의 손님들에게 최대한 예를 갖춰 봉사한다.

 

 

 

 

 

 

 

물만 하더라도 빈컵을 놓고 주전자를 가져와서 즉석에서 따라준다. 우리는 어떤가? 미리 여러컵의 물을 따라놓았다가 갖다 주기만 하면 된다. 아니면 여러개 포개진 물컵과 물통을 내려놓기만 하던가.

 

 

수저 하나를 놓는데도 정성을 다한다. 받침대를 먼저 놓고 그 위에 정성스레 놓아준다. 옆사람 받침대를 놓을 때 이물질이 하나 묻은 게 눈에 띄었다. 어떻게 하나 보자 기다렸더니 행주로 닦고서 또 다른 행주로 다시 닦고서야 숟가락을 내려놓는 게 아닌가? 나오는 음식들도 모두 각자 따로 나온다.

 

 

 

 

 

지금까지도 훌륭하지만 결정적으로 넵킨을 보고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넵킨을 일일이 한장씩 접어놓았던 것이다. 넵킨을 한번에 접어놓거나 넵킨 통에 꾹꾹 눌러 담아 잘 빠지지도 않는 남측의 식당에 비하면, 손님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할 수 있겠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이곳이 일반 단골손님 상대하는 남측의 식당보다 더 서비스가 좋다는 건 신선한 충격이기까지 하다. 자연스레 남측의 식당과 비교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의 외식문화는 발전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망가지고 있는 건지 잠시 헷갈린다.

 

 

 

산채, 만두, 녹두지짐 가자미튀기와 함께차려지는 정통금강산냉면

 

 

 

 

 

 

 

 

 

 

 

 

10달러하는 냉면을 주문하면 김치와 산채, 녹두지짐, 만두, 그리고 냉면이 나온다. 얇게 부쳐져서 나오는 녹두지짐은 돼지기름의 풍미와 더해져 구수하다. 간장이 아닌 식초장에 찍어서 먹으면 느끼함은 온데간데없다. 또 녹두지짐에 고사리와 도라지나물을 얹어서 먹으면 참으로 별미이다.

 

 

부담백배인 남측의 떡처럼 두꺼운 빈대떡도 원래의 녹두지짐으로 돌아가야 한다. 조금 더 작아지고 얇게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간혹 녹두빈대떡의 두께에 감탄하면서 좋다고 포스팅하는 맛집블로거도 있지만 한심하기 짝이 없다. 특히 광장시장의 누구네 빈대떡이 좋다고 포스팅하는 부류는 이해를 못하겠다. 녹두에 제아무리 중금속해독성분이 많이 들어있으면 뭐하나. 트랜스지방 범벅인 빈대떡은 웰빙과 별 상관이 없는데 말이다.

 

 

 

 

 

 

 

 

 

 

꿩고기와 두부, 채소가 ‘소’로 들어간 만두도 금세 두개가 동날 정도로 맛있다. 같은 자리에 합석했던 어떤 분이 막걸리를 주문한다. 대봉막걸리다. 오렌지쥬스처럼 산미가 강해 첫잔은 좋지만 많이 마실 맛은 아닌 듯하다.

 

 

 

 

 

 

 

드디어 냉

면이 나왔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오이, 달걀 등이 고명으로 올라가고 양념장도 들어가 있다. 간장, 깨소금, 고춧가루, 후추, 식초, 참기름 등 다채로운 양념은 평양냉면의 양념보다 매콤하다. 목란관 외 두곳에서 더 냉면을 맛봤지만 목란관의 양념이 가장 매콤했다.

 

 

 

 

원래 그런건지 아니면 남측의 관광객 입맛에 맞추려고 한건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어디까지나 내 입맛 기준이고 나름대로 괜찮은 냉면 한 그릇을 맛봤다. 구수하고 깊은 육수는 산행의 고행을 풀어주고도 남는다. 금강산에 가면 정통금강산냉면이 있다.

 

 

"다시 맛보고 싶다...."

 

 

 

 

 

 

3. 평양냉면 원형에 가까운 옥류관

 

 

 

△ 평양냉면과 녹두지짐

 

 

평양냉면이 맛있는 음식으로 소문난 것은 국수, 국수물, 꾸미와 고명, 국수담는 그릇과 국수말기 등에서 특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양냉면의 주재료는 메밀이다. 메밀은 예로부터 장수식품으로 일러왔다. 이 메밀로 만든 국수오리는 지나치게 질기지 않고 먹기에 맞춤하다. 메밀 고유의 풍미는 구미를 돋구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평양냉면의 심벌과도 같은 건 국물이다. 평양냉면의 주요한 특성은 국수를 마는 국물맛이 특별한데 있다. 일반적으로 김치국물이나 고기국물에 말았는데 흔히 동치미국물에 말았다. 동치미는 초겨울에 담그는 무김치의 한가지지만 특히 평양동치미를 알아주었다. 평양동치미는 무를 마늘, 생강, 파, 배, 밤, 준치젓, 실고추등으로 양념하여 담갔다. 이렇게 만든 동치미는 시원하고 찡하며 감칠맛이 있어 국수국물로 적합하였다.

 

 

 

 

 

△옥류관의 냉면육수는 꿩,소,닭,돼지고기를 우려낸다. 그 맛이 특별히 담백하고 진한게 특징이다.

 

 

육수는 일반적으로 고깃국물이다. 그러나 평양냉면의 국수 국물이 특히 좋았던 이유는 그 만드는 방법과 재료가 독특하였기 때문이다. 현재 평양냉면 국수물은 대부분 고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원래 평양냉면은 고기가 아니었다. 소뼈와 힘줄, 허파, 기레, 콩팥, 처녑등을 푹 고와가지고 기름과 거품찌거기를 다 건져낸다. 여기에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다시 뚜껑을 열어 놓은 채로 더 끓여서 간장냄새를 없애고 서늘한 곳에서 식힌 것이다. 이렇게 만든 국수물은 보기에 맑은 물과 같이 깨끗하기 때문에 ‘맹물’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평양냉면은 이러한 동치미국물이나 고기국물에 말기 때문에 다른 지방의 냉면보다 뒷맛을 감치게 하였다. 평양냉면은 국수를 담는 그릇도 특별하게 챙겼다. 동치미나 고기 국물맛에 잘 어울리게 시원한감을 주는 놋대접을 썼는데 그것은 먹는 사람의 구미를 돋구어주었다. 국수를 말 때에는 대접에 먼저 국물을 조금 두고 국수를 사려서 수복이 담은 다음 그 우에 김치와 고기, 달걀, 배, 오이 등의 순서로 꾸미를 얹고 실파, 실고추로 고명한 후 국물을 부었다.

 

 

이렇게 말아 낸 평양냉면은 맛이 좋을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특색이 있어 조선국수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다. 평양냉면의 명성은 예전부터 자자했다는 사실은 문헌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동국세시기’에 메밀국수를 무김치와 배추김치에 말고 돼지고기를 넣은 것을 냉면이라 하는데 관서지방의 국수가 제일 좋다는 기록이 있다. ‘해동죽지’에서도 평양냉면이 가장 좋다고 하였다.

 

 

예전 북녘에서는 집집마다 국수 분틀을 마련해놓는 풍습이 있을 정도로 국수는 매우 일상적인 식습관이었다. 또 잔치상, 돌상 등 특별한날에도 반드시 국수를 곁들이는 풍습이 이어졌다. 손님들 역시 떡상을 거하게 받아들고서도 “국수배는 따로 있다”고 하면서 국수까지 먹고 나야 자리에서 일어날 정도로 국수를 즐겼다. 평양국수에서는 냉면과 함께 쟁반국수가 유명하였다. 하지만 현재 남한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냉면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 금강산 온정각에 서있는 옥류관(금강산 분점).

평양 대동강변에 있는 옥류관을 1/4 크기로 축소해 지었다고 하니 본점의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평양냉면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한 게 바로 옥류관의 냉면이다. 맹물에 가까울 정도로 투명한 국물, 원형에 충실한 꾸미, 80%에 이르는 메밀 함량, 시원한감을 살려주는 놋대접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실제 맛에서도 금강산 지역의 냉면 중 가장 수작이라 할 만하다. 그 맛을 남쪽에서 볼 수 없다는 현실이 애달프다.

 

 

 

 

 

△ 녹두지짐

 

 

냉면과 함께 나오는 녹두지짐 역시 남쪽의 빈대떡과는 차이가 많다. 얇게 지져낸 모양새부터가 두툼하고 호사스러운 남쪽의 빈대떡과는 다르다. 개인적으로 북쪽의 소박한 녹두지짐을 더 쳐준다. 간장이 아니라 식초물에 찍어 간을 해서 먹는 것도 색다르다. 오늘 평양냉면 한 그릇 말고 싶다. 북녘땅을 그리워 할 실향민의 애환을 달래 줄 남북화해를 기원하며....

 

 

"다시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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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먹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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