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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태극기 집회 참관기

한주랑 2017. 3. 25. 23:10

 

 

 

 

 

태극기 집회 참관기

 

먼 곳으로만 생각했던 태극기 집회

나라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발칵 뒤집혀졌다. Jtbc에서 최순실의 태브릿Pc 라는 것을 폭로하면서 나라가 뒤집혀져 상식적인 국민들이 이럴 수가 있나 면서 맨붕에 빠졌다. 촛불이 거리를 메우자 대통령이 놀라 사과부터 했다. 기세등등한 야당은 점령군인양 그들만의 주도로 특검이 꾸려졌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을 만든 이른바 비박은 혼자 정의로운 양 야당이상으로 대통령을 무자비하게 짓밟기 시작했다.

촛불이 나날이 불어나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어버렸다. 나는 언제부턴가 그 촛불집회에 나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탄핵이 통과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촛불은 이석기 석방, 사회주의가 정답이다, 보안법폐지, 미군철수, 재벌 해체 등 그동안 번번이 폐악질을 해왔던 구태의연한 구호로 그 실체를 드러내었다.

날벼락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던 보수 세력이 어느 순간부터 정신을 가다듬어 태극기 집회로 모이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말이면 태극기집회에 다녀오곤 했다. 나도 태극기 집회에 나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비슷한 말만 꺼내어도 가족들이 걱정하는 것 같았다. 다치면 안 된다. 촛불집회와 충돌이 생기면 어떡하나? 사람들과 부딪히면 어떡하나? 가족들이 가장(家長)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것을 무작정 무시해버리면 상처가 되니 나름대로 자제해왔다. 225일 토요일 그날은 아내가 친구들 점심식사 모임에 나갔다.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태극기집회에 나가보았다.

 

시청역에 내리니 엄청난 사람들이 출구를 찾아 밀려가고 있었다. 7번 출구, 5번 출구 등을 외치며 태극기를 든 사람들이 약속장소를 향해 몰려가고 있었다. 시청광장으로 나가는 출구를 택하여 인파에 끼어 계단을 올랐다. 발 디딜 틈 없는 인파가 순간 위기감마저 느끼게 했다. 간신히 계단을 올라가니 잔디광장에는 이미 수많은 인파가 운집하고 있었다. 추운 날씨였지만 광장에는 열기가 넘치고 있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느닷없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이 감동의 정체는 무엇인가? 기부금 모금함이 눈에 띄었다. 나도 보태어야지 싶어 기부금을 넣고 태극기하나를 달라고 하자 다 떨어졌다고 했다. 개인 판매대에서 태극기하나를 사서 들고 어느 위치에 섰다.

 

왜 이렇게 눈물이

대형스크린에는 사회자의 모습과 출렁이는 태극기 물결이 번갈아 방영되며 현장을 생동감 넘치게 보여주고 있었다. ‘~국 시민 여러분!’ 순간순간마다 혼신의 힘으로 부르짖는 사회자의 포효가 광장을 활기로 넘치게 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사회자의 열정적인 진행을 보노라니 참으로 대단하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저런 보물이 있었구나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회자, 그는 열혈남아였고 최상급의 스타였다. 행사가 진행되어 순서가 되자 애국가 제창을 했다. 태극기를 흔들며 애국가 4절까지 목이 터져라 불렀다.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린다. 그래 마음껏 울어보자. 내 어디서 애국가를 목 노아 부르며 울어보았던가.

 

천진스런 얼굴

국민의례가 끝나고 한 명 한 명 연사들이 나와 탄핵정국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단상에는 방송을 통해 얼굴이 눈에 익은 서석구 변호사가 대형태극기를 목에 감고 천진스런 얼굴로 몸을 흔들고 있다. 아 저 변호사가 머리는 저렇게 하얗지만 마음은 한없이 푸르구나. 저 태극기에 대한 감동이 어느 날 법정에서 태극기를 꺼내 보이는 해프닝을 불러왔구나. 단상의 노변호사는 참으로 순진무구(純眞無垢)한 얼굴이었다. 약아빠지지 못하고 악랄하지 못한 것이 탈이면 탈이랄까? 그래 그 순수함이 악랄함보다야 훨씬 낳지 않겠는가?

 

탄핵을 탄핵한다

김평우 변호사가 단상에 소개되었다.

그는 222일 헌재 변론에서 국회가 탄핵을 의결한 과정의 잘못과 그 잘못을 토대로 헌재가 심판을 하는 자체에 대해 격앙된 목소리로 항변했다. 잘못된 법을 심판하는 헌법재판소가 절차의 정당성이 없는 사안을 심판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었을 것이리라.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등단한 김 변호사는 탄핵이 대국민사기라고 포문을 열었다. 헌법위반 한건만으로도 탄핵이 가능한데 국회에서 열세 건의 탄핵사유를 제시 했다. 그것은 한건도 확실한 것이 없어서 여러 건을 제시한 것이라 했다. 또한 그 한건 한건마다에 여러 항목의 죄를 만들어 엮어놓아 잡다하기 짝이 없다. 단적으로 한 가지 예를 들면 탄핵에서 제일 비중을 두고 있는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문제에 대해서 세 가지 죄를 열거해놓았다. 그것은 강요죄, 직권남용죄, 뇌물죄인데 이렇게 세 가지를 설정해놓은 것은 바로 눈속임을 하기위한 것이란다. 강요죄, 직권남용죄는 경미한 것이어서 각각 한 가지씩 별도로 해놓으면 그것가지고 탄핵을 하느냐? 할 정도의 사항이다. 문제는 뇌물죄인데 800억을 뇌물 받았다면 진짜 엄청난 큰 죄인데 어디를 살펴봐도 대통령이 뇌물죄에 해당이 안 된다. 공익재단법에 의해 재단 설립을 하고 대기업이 기금을 출연하여 재단기금으로 설정되어있는데 무슨 뇌물이냐? 그래서 강요죄와 직권남용죄를 같이 묶어 패키지로 그럴듯하게 크게 해놓은 것인데 이것은 탄핵소추위원회가 헌법재판관을 속이고 5천만 국민을 속이는 사기극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뚜렷한 혐의가 없으니 끼워 넣기, 섞어 넣기 해서 13가지 탄핵 사유를 만들고, 이를 한데 뭉쳐 찬성이냐 반대냐 물어 탄핵을 했다. 결론적으로 원칙에 입각해서 한건한건 들여다보면 탄핵 사안이 하나도 없기에 두리뭉실 일괄해서 통과시켜버린 것인데 그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명쾌한 설명이어서 일반인들도 아 그랬구나하고 쉽사리 이해할 정도이다. 그런데 어떻게 국회의원이 딴소리하고 헌법재판관이 저렇게 불통으로 있는지 모르겠다. 국회는 몰아붙이고 특검은 패악질 하고 헌재는 여론의 눈치를 보며 짜 맞추기 법해석을 할 태세다. 수법을 빤히 들여다보는 변호인들은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그래서 항변도 나오고 고성도 나왔는데 그것을 방송에서는 무례하다, 막말한다며 찧고 볶고 난리를 친다. 방송에 나와 평론을 하려면 최소한의 균형감은 있어야 될 텐데 함량부족 패널들의 악의적이고 편파적인 행태가 때때로 비열해보여 역겹기까지 하다

 

 

 

 

휘날리는 깃발

대형스크린의 화면을 보면서 도대체 메인스타디움은 어디일까 궁금했다. 나는 여기저기 본부석을 찾아다녔다. 여긴가 싶어 가보면 그냥스크린, 저긴가 싶어 가 봐도 스크린일 뿐이다. 희한하다싶어 살펴보니 스크린이 수없이 많다. 메인은 도대체 어디인가 싶어 다니노라니 혹 내가 촛불진영의 첩자로 오인 받지나 않을까 싶어 불안감이 앞섰다. 두려움에 애써 태극기를 흔들며 다니는 내 자신이 우습기도하고 한심하기도 했다. 메인을 찾는 것을 체념하고 을지로 쪽 스크린 앞에서 열심히 화면을 지켜보다가 다시 궁금증이 일어 이리저리 메인을 찾아 다녀보았다.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다 보니 끼리끼리 뭉쳐와 대형태극기를 몸에 감고 있거나 프랭카드를 들고 있는 단체들이 많이 보였다. 학교 동창회, 동네단체, 지역단체, 육해공사관학교, ROTC, 삼사관 학교 같은 단체이름이 적힌 대형 깃발들이 나부낀다.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구국단 깃발도 보였고 교회이름의 깃발, 군데군데 스님들 모습도 보였다. 마산, 창원, 안동, 대구, 춘천, 대전 등의 깃발 아래 모여 열심히 구호를 외치고 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jtbc는 이를 두고 탄기국 주최 측이 일당을 주고 집회에 사람들을 고용한 의혹이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jtbc는 보도에서 ‘2만원 주면 올라온다’ ‘노숙자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은 목욕하고 나오면 5만원씩 준다’ ‘날씨가 추워지면 6만원’ ‘젊은 여성이 유모차를 끌고 참석하면 15만원까지 일당을 준다는 등의 내용을 내보냈다(월간조선 르뽀기사) 알려진 바로는 지방에서 차로 올라오는 사람들은 회비와 자발적인 기부금을 내어 행사를 지원한다고 한다. 어떤 아주머니 일행은 300만원을 모금하여 기부금으로 내었다고도 한다. 모든 경비는 독지가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고 사회자는 거듭 밝혔다.  

     

내가 막았습니다

윤상현 의원, 조원진 의원, 박대출 의원이 차례로 단상에 나왔다. 윤상현의원은 박근혜대통령이 한 일이 없다는데 그동안 엄청난 업적이 많았다며 줄줄 꿴다. 조원진, 박대출의원도 탄핵의 부당성과 특검의 횡포에 대해 강력하게 성토를 한다. 평소에 눈여겨보지 않았던 국회의원들이었고 되먹지 못한 국회의원들의 일당으로 치부했었는데 참으로 논리적이고 조리있게 이야기를 한다. 대통령을 버리고 다 떠난 마당에 벌판에 남아 고군분투하는 그들이 참으로 장해보였다. 내 나이 탓인지 훌륭하다는 생각 이전에 이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장하고 이쁜 국회의원들인데 앞으로 대한민국을 위해 마음껏 나래 펴고 훨훨 날아보아라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내었다. 김진태의원이 나왔다. ‘여러분 제가 법사위원회에서 특검연장을 막았습니다’ ‘국회본회의에서도 특검연장을 막았습니다’ ‘그래! 참으로 훌륭했다생각하며 박수갈채를 보내었다. 의연하고 당당한 선량(選良), 당신 같은 사람들이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어야 하오.

 

광장은 인간성의 회복이다

태극기 집회에는 사악함이 없다. 증오와 저주, 광기가 없다. 날조와 선동, 음모가 없으며 반역과 살의(殺意)가 없다.

태극기 집회에 일상에서 잊어버리기 쉬운 인간애, 헌신, 봉사, 열정, 애국의 열정이 함성으로 울려 퍼질 때 가슴이 울컥해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광장의 그 감동은 인간성의 회복이요 자아의 확립이다.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보신각에서 추위에 떨고 서있는 인파, 장엄한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 산으로 해변으로 달려가 열광하는 젊음들이 있다. 태극기 광장은 해 바뀌는 순간의 전율과 일출의 장엄함이 은혜처럼 내리는 곳이다. 감동과 환희, 사랑과 감사가 충만하며 눈물로 벅찬 곳이 태극기 휘날리는 광장이다. 그 광장을 밟아보지 않고는 삶을 논하지 말고 스승이 되려하지 말아라.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되고 남을 변론하려거든 그 광장의 벅찬 감격에 젖어보아야 한다. 광장의 세계를 경험하지 못하면 성도들 앞에서 사랑을 외칠 수 없으며 중생들 앞에서의 설법은 가식에 흐를 뿐이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바람은 차고 해가서산에 걸리니 기온은 점점 떨어진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상하게 내가 초조해진다. 저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뜨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으로 불안해져 왔다. 그런데 희한하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이 자리를 뜨지 않았다. 나는 벌써 네시간 째 서있다. 주변에 나이 많은 사람들, 아주머니들이 자리를 떠 듬성듬성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지만 그들은 붙박이처럼 떠날 줄 모른다. 지루한 기색도 없다. 몸을 흔들고 있는 것은 다리가 아파서 아니면 운동 삼아 몸을 흔드는 것이리라. 참으로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다.

여섯시가 지나 거리행진이 시작되었다. 탄핵기각, 탄핵무효, 특검해체, 국회해산등의 깃발이 크고 작은 태극기와 어울려 거리를 메웠다. 쏟아져 거리를 메우는 태극기 물결을 보고 있노라니 감동이 물밀 듯 밀려온다. 나는 후미에 따라갈 요량으로 시청역 입구 난간에 서 있다가 태극기 물결의 그 도도하고 장엄함을 지켜보았는데 너무나 감동스런 광경에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큰물이 강을 흘러내리듯 거리를 메운 물결이 가도 가도 끝이 없다. 화산 분출을 연상케 하는 엄청난 태극기 물결은 벅찬 감동이요 눈물이었다. 도도한 물결이요 정의의 함성이었다. 거기 간교하고 사특함은 범접치 못할 것이요 사술과 획책은 발붙일 곳이 없다. 피어오르는 모든 것은 선한기운이요 사랑과 환희였다.

정미홍 아나운서의 유창하고 낭랑한 목소리가 가슴을 울린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나는 여러분을 볼 때 마다 눈물이 납니다태극기 물결에 휩싸여 걷는 나의 눈에도 자꾸 눈물이 흘러내렸다. 남대문, 서울역, 서소문으로 돌아가는데 한 시간 반이 걸렸다. 배가 몹시 고팠다. 서소문 어디쯤인가에서 순대국집에 들려 밥을 한그릇 먹었다. 옆에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앉아 식사를 했다. 대구 사람들이라 했다. 나라를 이렇게 두어서는 안돼요. 그냥두면 이 나라는 무너져요 하면서 걱정들을 한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법치가 균형감각을 잃고 정치논리에 함몰돼 무법천지가 된 것을 걱정하고 있다. ‘대구에서 오늘 처음 올라왔어요?’하고 물었더니 저는 여기 열 번째 참석했어요한다. 참으로 장하다 싶었으나 한편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태극기 집회가 참으로 멀리 있는 줄 알고 오랜 시간 걸려 처음 참석했는데 그 추위에도 법치의 회복과 국가 안위를 위해 저렇게들 애쓰는구나 싶어 부끄러웠다.

2017. 2. 27. 石泉 김정태

출처 : 빛의 자녀들
글쓴이 : 바람소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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